어르신용 화면을 만들며 실제로 재어 본 것들
어머니가 쓰실 낱말 퍼즐을 만들면서, 「보기 좋다」는 느낌만으로 정하지 않고 가능한 것은 숫자로 재어 보았습니다. 재어 보니 눈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것이 실제로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 나온 값들을 그대로 적어 둡니다.
1. 다크모드가 촌스러워 보인 진짜 이유
어둡게 보기를 넣었더니 「그냥 어둡게만 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색 감각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재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글자가 실제로 안 읽히는 상태였습니다.
밝은 화면에서 쓰던 감빛 글자 #8d4f00 을 어두운 바탕
#1a1310 위에 그대로 올려 두었더니 명암비가 2.84 대 1 이었습니다.
국제 기준(WCAG AA)은 본문 글자에 4.5 대 1 이상을 요구합니다.
도움말 제목, 이름 딱지, 발자국 숫자가 전부 이 색이었습니다.
어두운 화면에서는 규칙이 뒤집힙니다.
글자로 쓰는 색은 더 밝고 옅게, 넓게 칠하는 색은 더 어둡고 차분하게.
밝은 화면에서 감빛이 어울린다고 어두운 화면에도 같은 감빛을 쓰면 안 됩니다.
글자로 쓸 색은 살구빛(#ffb974)으로 밝게 올리고,
단추처럼 넓게 칠하는 색은 오히려 가라앉혀야(#d47c1c) 눈이 부시지 않습니다.
바꾼 뒤 다시 재었습니다.
| 항목 | 고치기 전 | 고친 뒤 | 기준 |
|---|---|---|---|
| 감빛 글자 (어두운 화면) | 2.84 : 1 | 10.95 : 1 | 4.5 이상 |
| 하트 표시 (어두운 화면) | 3.02 : 1 | 5.74 : 1 | 4.5 이상 |
| 본문 글자 | 15.5 : 1 | 15.5 : 1 | 4.5 이상 |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두운 화면에서 색 다섯 개만 바꾸고 나머지는 밝은 화면 값을 그대로 쓰고 있었습니다. 다크모드는 「바탕을 어둡게 하는 기능」이 아니라 별도의 색표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일입니다. 빠뜨린 색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자리가 정확히 촌스러워 보입니다.
덧붙여, 색이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 색표에는 주황·연두·하늘·분홍·노랑·갈색 여섯 갈래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곳에서 쓰이니 화면이 정리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켜짐 표시에 쓰던 연두(#b9f474)는 따뜻한 주황 옆에서 겉돌았는데,
돌이켜 보니 이 앱에서 초록이 뜻하는 바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켜짐은 초록」이라는 습관이었습니다.
색은 뜻이 있을 때만 쓰기로 하고 이렇게 줄였습니다.
- 감빛 — 지금 만질 것. 화면에서 색을 내는 건 거의 이것뿐입니다.
- 쪽빛 — 이미 놓여 있어 만지지 않는 것.
- 분홍·노랑 — 꽃잎이나 하트 같은 장식에만. 단추에는 쓰지 않습니다.
바탕도 살구빛에서 거의 무채색(#faf7f4)으로 낮췄습니다.
바탕이 차분해야 정작 주인공인 감빛이 살아납니다.
2. 오터치는 손이 떨려서만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르신이 자꾸 엉뚱한 단추를 누르신다고 해서 처음엔 누르는 자리를 키웠습니다. 64픽셀로 잡았습니다. 국제 기준의 가장 높은 등급(AAA)이 44픽셀이니 넉넉한 값입니다. 그런데도 「누르지도 않았는데 넘어간다」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원인은 손떨림이 아니라 화면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화면이 새로 그려지면, 그 자리에 새로 나타난 단추가 저절로 눌립니다.
젊은 사람은 손가락을 빨리 떼기 때문에 잘 겪지 않습니다. 손을 조금 오래 대고 계시는 분에게는 거의 매번 일어납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넣었습니다.
- 화면이 새로 그려진 뒤 0.32초 동안은 손길을 받지 않습니다.
- 같은 자리를 0.22초 안에 다시 누르면 두 번째는 무시합니다. (손떨림으로 두 번 눌리는 것을 막습니다.)
이 두 가지를 넣은 뒤로 「저절로 넘어간다」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3. 한글은 낱말 중간에서 끊기면 다른 말이 됩니다
영어는 줄 끝에서 단어가 잘리면 하이픈이 붙어 이어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마솥」이 「가마 / 솥」으로 갈라지면 읽는 분에게는 그냥 다른 낱말입니다.
화면을 320픽셀 폭에 글씨를 1.3배로 키운 상태로 앱 전체를 훑어보니 낱말 중간에서 끊기는 곳이 스무 군데 나왔습니다. 글씨를 키우실수록 더 많이 생기는데, 정작 글씨를 키우시는 분이 가장 그걸 겪으면 안 되는 분입니다.
해결은 두 겹이었습니다.
-
화면 전체에
word-break: keep-all을 겁니다. 한글을 어절 단위로만 끊으라는 뜻입니다. -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칸이 낱말 하나보다 좁으면 규칙과 상관없이 잘립니다. 실제로 값 딱지(🐾 3)가 옆에 붙으면서 글자 칸이 좁아져 「채워드려 / 요.」 처럼 갈라졌습니다. 칸이 좁아지면 딱지를 아랫줄로 내려보내 글자 자리를 먼저 확보하도록 고쳤습니다.
고친 뒤에는 화면 폭과 글씨 크기를 조합해 가며 다시 훑어 낱말 중간 줄바꿈이 0건 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4. 틀렸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했습니다
많은 퍼즐 앱이 틀리면 붉은 색을 칠하고 「땡」 소리를 냅니다. 어머니는 그걸 몹시 언짢아하셨습니다. 「내가 틀렸다고 혼내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답에는 소리를 내지 않고, 붉은 색도 쓰지 않습니다. 맞았을 때만 소리가 납니다. 건너뛰기도 손해 없이 됩니다. 발자국이 깎이지도, 기록이 나빠지지도 않습니다.
효과음도 다시 만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높은 소리부터 잘 안 들리기 때문에 4kHz 위의 소리는 쓰지 않고, 대신 배음을 겹치고 잔향을 더해 낮은 음역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도록 했습니다.
정리하면
- 어두운 화면은 색표를 처음부터 다시 짭니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그 자리가 티가 납니다.
- 색은 뜻이 있을 때만 씁니다. 습관으로 쓴 초록이 화면을 어수선하게 했습니다.
- 오터치는 크기 문제가 아니라 화면이 바뀌는 순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 한글은
keep-all만으로 부족합니다. 칸 너비를 함께 봐야 합니다. - 틀렸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어르신께는 가장 큰 배려였습니다.
여기 적은 값들은 모두 낱말 산책 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직접 열어 보시고 이상한 곳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